엔에이유 이재얼 대표 - 아티스트의 창작을 담을 더 넓은 그릇

아티스트의 창작을 담을 더 넓은 그릇
엔에이유 이재얼 대표


예술이 어디에나 있는 시대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궁극의 기술은 창작의 열망과 만나 기어이, 경계를 허문다. 엔에이유(NAU, Nerdy Artist Union)도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광고 영상을 만들지만, 광고 영상 제작 회사라 칭하기엔 활동 반경이 너무 넓다. 상상력의 규모도, 목표의 높이도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허황한 미래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최첨단의 기술로 본 적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뿐이다. 틀에 갇히지 않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엔에이유의 이재얼 대표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엔에이유(NAU, Nerdy Artist Union)라는 사명이 독특하다.

말 그대로 창작자들의 집단이다. 주로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다. 단순한 창작 활동을 넘어 더 큰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도전하고자 한다. 우리 아티스트들의 속성을 대표하는 단어를 고민했다. ‘Nerdy’를 앞에 붙인 까닭이다. 일반적인 스튜디오 제작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외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한다.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인가.

약 60명의 아티스트가 소속되어 있다. 50명 이상은 3D 콘텐츠 및 영상 콘텐츠가 전문 분야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교류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단, 엔에이유의 목표는 이들의 작품이 전시, 반응형 콘텐츠 등 더 넓은 그릇에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방문객이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또 그 경험을 자신만의 콘텐츠로 담아갈 수도 있는 부스를 만든다고 하자.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네컷 사진처럼 소비될 수도 있겠고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개인의 창작 능력을 알리는 기회임과 동시에 수익 창출까지 노릴 수 있다.

이상적인 비전이다. 돈이 벌리느냐가 관건이겠다.

아직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는 않다. 엔에이유의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넓은 그릇을 만들려면 기본적인 틀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은 광고 관련 작업을 통해 그 틀을 닦고 있다.

무게감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해 왔다. 그 중에서도 엔에이유가 자랑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5년 연속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기아관을 주관하여 제작했다. 규모도 무척 컸지만,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온전히 구현하는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자동차 회사의 전시 공간에 자동차는 전혀 전시되지 않았다. 대신, 기아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미디어 공간을 통해 전달했다.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관람객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아마 디자인 위크 현장에서 가장 긴 줄이었을 것이다.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아관. 출처: Kia Worldwide
상업적 전시라기 보다는 예술적 가치까지도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실제로 시작은 광주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전시가 시초였다. 이후 DDP, 밀라노 디자인 위크로 이어지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조형물과 공간,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신경썼다. 디스플레이 또한 대형, 평면과 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피어(sphere)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어렵게 도입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하며 실제 예술 작품까지 전시에 녹아드는 등 종합적인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전례 없는 만큼, 지속가능한 BM이라 하기는 어렵다.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CES 2024와 같은 다른 공간에서도 그 역량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큰 전시에서 공간에 대한 정의, 콘텐츠와 공간의 융합 등 엔에이유의 연출과 기획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들이 더 있었다.

미래를 가져와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기존의 회사들과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분명하다. 진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다.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큰 그림을 보는 눈도 필요하텐데?

엔에이유는 3D 기술을 사용하여 작업 공간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통해 큰 그림을 시각화한다.

철학적인 답변을 기대했는데 굉장히 현실적이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답변이 돌아왔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접근 방식은 엔에이유의 큰 장점 중 하나다. VR을 활용해 실제 작업이 어떻게 보일지를 미리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장소의 특성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방문객의 동선, 주변 조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기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채광이 좋은 공간에 프로젝터를 설치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현실적인 상상이 굉장히 중요하고, 기술이 필요하다.

광고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다.

12년간 광고 CG 제작 회사의 공동 대표였다. 시작부터 함께한 회사였지만, 영역을 확장하고 의지를 발현해 보고 싶었다. 온전한 색깔을 가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 지금은 엔에이유를 잘 키워내고 있고, 만족한다.

‘온전한 색깔’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광고 CG 분야를 오랫동안 하면서 축적된 역량이 있다. 그런데 이걸 다른 그릇에 담으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TV에 트느냐, 유튜브에 올리느냐, 인터렉티브 형태로 바꾸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현실로 만들어 볼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냈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그 과정을 구성원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엔에이유의 반응형 콘텐츠, FUSE. 출처: 엔에이유
지금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은 생성형AI다.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AI를 주로 프로토타입 제작이나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생성형AI는 아니지만, 3D 콘텐츠를 굉장히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을 오랜기간 R&D했고 의미있는 수준으로 사용중이다. 미디어아트, 반응형 솔루션, 콘텐츠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필요한 기술을 지연 없이 도입하고자 한다.

가까운 미래, 콘텐츠 제작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빠르면 2년 정도 아닐까? 그 정도면 업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굉장히 강력한 소규모 스튜디오가 많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 엔에이유가 하고 있는 공간과 관람객, 콘텐츠를 융합하는 방식의 실험들은 일종의 해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생성형AI로 업계가 달라진 다음에도 여전히 엔에이유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분야라는 얘기다.

용기를 내서 좀 더 규모있는 일들을 먼저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AGI(AI systems that are generally smarter than humans)라는 허들을 넘게 되면 정말 세상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질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 기술만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결국 기획력이 중요하다. 창작의 영역은 아직 사람의 손이 들어가야한다.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을 하는 역할이 남게될 것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해력을 가진 중간 관리자의 가치가 굉장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상업과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미 허물어져 있다. 관건은 이렇게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에 어떻게 가치와 당위를 부여할 것인가다. 예를 들면, 관람객을 트래킹하여 효과를 측정하는 등의 기술도 고려 대상이다. 단순히 광고 효과의 측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콘텐츠를 즐겨서 나온 그 결과물이 콘텐츠가 되고, 그것이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트래킹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한 사람을 계속 따라가서 구매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완벽하게 측정하는 것은 너무 SF적이다. 우리는 지금 있는, 실현 가능한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신아람 에디터

* 2024년 10월 2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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