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바타 타카노리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수석 연구위원 - 치매 환자를 치유한 최초의 로봇

생성형 AI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시바타 타카노리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수석 연구위원


로봇과 사람이 감정을 교류할 수 있을까. ‘교류’라는 언어는 아직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로봇은 우리의 감정을 고양하고 이를 이용해 치유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을 가장 처음 현실로 만든 사람이 바로 시바타 타카토쿠 일본 도쿄공업대학 정보공학부 교수다. 시바타 교수가 개발한 물개형 로봇 파로(PARO)는 2009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신경 치료용 의료 기기로 승인을 받으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치매 환자와 자폐증 환자를 대상으로 제작된 파로는 처음부터 돌봄을 ‘받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갓난아기 정도의 크기로, 하얀색 새끼 물개 봉제 인형이다. 쓰다듬어 주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거나 뒤척이는 것이 기능의 전부다. 하지만 환자들은 파로를 돌보며 치유 받는다. 비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지금, 시바타 교수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지난주에 이어 북저널리즘 talks가 전한다.
파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처 등에도 보급되어 역할을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을 위해 바르샤바 의과대학 등에서 파로를 이용하고 있다. 바르샤바시 가족 지원센터 8곳에도 파로가 보급되어 있다. 슬픔을 극복하거나 PTSD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파로는 카타르시스를 가져오는 방법으로 기여하곤 한다. 파로와의 만남은 뇌를 자극한다. 긍정적인 기억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기억도 떠올리게 한다. 파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런 일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 아픔을 털어놓으며 치유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NASA의 유인 화성 탐사 계획을 위한 연구에도 파로가 투입되었다. 외부와 고립된 환경에서 화성에서의 생활을 철저히 훈련하는 과정에서 파로가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애니멀 테라피가 적용되어 온 모든 경우 비슷하게 파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살아있는 동물은 활동성이 강하며 파로의 경우는 신체 접촉을 통한 교감이 특징이므로 차이는 있다. 일본에서는 건강한 청소년도 파로를 통해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한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신과 치료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봇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생성형 AI와 로봇의 발전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기여하는 것은 틀림없다. 파로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지금 인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급속한 기술의 진보’ 자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기술에 이용당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파로가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심리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사진: STR/NurPhoto via Getty Images

기술의 급격한 발전 때문에 오히려 인간이 위축된다는 얘긴가?

90년 전의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인간은 공장의 톱니바퀴가 된다. 현재 디지털 사회에서 AI로 상징되는 기술에 이용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즉, 우버 등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사람은 스마트폰의 지시대로 손님을 태워 목적지로 운전한다.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수록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해지면 운전자는 아예 필요 없어진다. 90년 전과 다르지 않다. 역사는 반복된다.생성형 AI나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그 기술들에 의해 ‘사용 되는’ 사람들, 그리고 대체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트레스와 사회 분열의 원인이다. 다만, 사람은 적응한다. 기술의 진보에도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이 붕괴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생성형 AI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과 직접 만나거나 접촉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일을 하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 일반화되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생활 양식이 바뀐 것이다. 생성형 AI는 바뀐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도구일까?

우리 삶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된 시간과 자금은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경험을 위해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나 공연, 게임 등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것이다. 또, ‘버추얼 유튜버’와 같이 가상 세계 속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생성형 AI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물론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대화나 동작 등이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수용성과 몰입감이 높아져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생성형 AI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존재로서도 기능할 수 있을까?

그 경우에는 가정 내의 활용에 있어 ‘보안’과 ‘개인 정보’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가짜 정보 등이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도 문제다. 생활 공간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시스템’이 외부와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마음을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면 보안 이슈로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하게 되는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령자의 경우에는 어떤가?

고령자의 경우 생성형 AI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한편, 운동이나 예술 활동 등을 도울 수도 있다. 다만, 건강 상태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수집된다면 건강식품이나 서비스 홍보 등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취향이나 감정, 성격 등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 형성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을까?

생성형 AI의 정보를 맹신하면 ‘의존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취향이나 성격, 감정 등을 학습하여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유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기능이 향상된다고 해 보자. 그 경우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고, 몰입하게 되면서 점차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될 수도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주의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파로는 인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돌봄을 받으며 치료 효과를 돌려줄 뿐이다.

생성형 AI는 분명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그럴듯한 표현을 하는 것일 뿐, 인간의 사고 과정과는 크게 다르다. 다만, 인간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반드시 인간과 같은 방식의 사고를 할 필요는 없다.

유럽연합의 ‘AI 법’ 등 생성형 AI를 향한 규제의 칼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EU 회원국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파로를 의료기기로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규제에 부딪혔다. 이와 같은 규제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AI 법도 마찬가지라고 보나?

최근 AI는 보안 이슈, 지적재산권, 저작권 등과 관련된 규칙이 아직 모호한 상태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해 온 측면이 있다. 가짜 뉴스의 위험과 악의적으로 오용될 가능성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영향력을 경제, 사회, 정치 등에 미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연합의 AI 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조금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유럽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규제를 가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향후 연구 개발자들은 이 규제의 틀 안에서 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 혁신이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대다. 인간을 치유하는 물개 로봇, 파로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 갈 생각인가?

파로의 하드웨어를 개선하여 사용하기 쉽고 활용도를 높이고 싶다. 또, 치료 효과의 근거를 더 탄탄하게 쌓아 보급에 더 힘을 싣고 싶다. 파로가 의료 보장 제도에 편입된다면 사용자에게도, 사회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더 나아갈 생각이다.

신아람 에디터

* 2024년 8월 7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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