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면죄부
2화

This Week in AI

프로크리에이트는 창작자를 지원하는 기업, 창작자만을 위한 도구를 표방한다. 지난 2021년에는 김정기 화백과의 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출처: 프로크리에이트

1. 안티 AI 선언이 나왔습니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시는 분들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프로크리에이트(Procreate)가 AI 도입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창작자들로부터는 칭찬을 듣고 있고요. 사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창작자들의 우려가 깊어졌고, 일정 부분 사실이 되기도 했죠. 온라인에 올린 이미지들이 무단으로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었고, 그 결과 고용 기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프로크리에이트의 제임스 쿠다 CEO는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이 아티스트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불편하다고 언급했죠. 프로크리에이트 웹사이트에서는 생성형 AI는 도둑질을 기반으로 건설되어 우리를 척박한 미래로 이끌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창작자 입장에서 생성형 AI는 분명 껄끄러운 존재입니다. 나의 창의성을 무단으로 학습해 내 일자리를 빼앗게 될 존재 말입니다. 그러니 예민한 반응도 납득이 갑니다. 와콤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다가 뭇매를 맞았죠. 악기, 화구 등 인간의 창작 능력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아이패드에 압축해 담아내는 광고를 선보였던 애플도 항의 끝에 광고를 내려버렸고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로크리에이트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간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유용한 도구가 살아남기 마련이죠. 전설적인 밴드 ‘퀸’도 초기에는 신디사이저 사용을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퀸의 음악은 신디사이저로 더 풍성해졌습니다. AI에 대한 입장을 너무 강경하게 정해버리면 후일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창작자와 AI가 평화롭고 합리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2. 생성형 AI는 ‘하이프 사이클’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AI에 대한 의심이 부풀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차례 전해드렸습니다. 개발하는 데 돈은 많이 드는데, 실제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겁니다. 자연히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라는 개념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IT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가 널리 알린 개념인데요, 혁신적인 기술 초기에는 비이성적인 열광이 퍼지고, 그에 따라 과잉 투자가 몰리는 시기가 이어집니다. 물론, 거품이 영원할 수는 없겠죠. ‘환멸’의 단계에 빠지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기술 도입은 생각보다 느리고 수익성이 있는지 의심이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극복해 내면 기술적 반등을 경험하게 되고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되면서 혁신 기술은 주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19세기, 영국에 철도가 소개된 이후 불어왔던 열풍이 하이프 사이클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법의 시간이 지난 후 거품은 꺼졌지만, 이후 선로가 곳곳에 깔리며 폭발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죠.

물론, 하이프 사이클이 모든 기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술은 열광과 환멸을 경험하지 않고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태양광 발전, 소셜 미디어 등은 환멸에 빠진 적이 없죠. 반대로 3D 프린터처럼 환멸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어떤 결말을 향하고 있을까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환멸의 늪에 빠진 기술 중 60퍼센트는 다시 도약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AI는 혁신이 될 수 있지만,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이프 사이클은 일종의 지침이나 참고할 만한 사례 분석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생성형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초기단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유지되려면, AI는 조금 서둘러서 그 가능성을 증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3. 월마트는 AI로 돈을 벌었습니다.


월마트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AI를 발빠르게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 겁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해 제품 카탈로그에서 8억 7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개선했습니다. 소요되는 인력도 100분의 1로 줄였고요. 월마트는 온라인 웹사이트와 앱에도 AI 검색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사용자가 ‘스포츠 경기를 보기 좋은 TV를 추천해 달라’고 질문하면 ‘TV를 설치할 곳의 조명은 어떤가’라는 식으로 검색 챗봇이 소비자에게 되묻는 식입니다. 소비자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월마트는 이미 IT 공룡입니다. 지난 4월에는 물류 창고에 로봇 지게차를 도입했습니다. 지게차를 운전하던 직원들은 이제 로봇을 감독하고 있죠. 내부 업무 시스템에도 AI를 도입했고, 공급업체와의 협상에도 협상 과정 챗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월마트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입니다. 2029 회계연도에는 2023년 대비 영업이익이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있습니다. 타겟, 베스트바이, 부트 반, 트랙터 서플라이 컴퍼니 등도 매장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AI 기반 도구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다만, 맥도날드는 AI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전면 철회하기도 했죠. 무엇을 위해 어떻게 AI를 사용할지, AI가 목적이 아니라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기업의 AI 전환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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