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새로운 AI기기, 성급한 AI 교과서

우리가 상상하는 AI 교과서의 모습은 훨씬 인간에 가까운 능력을 갖췄다. 출처: 오픈AI

1. 네이버도, 카카오도 아니었습니다. LG입니다.


LG AI 연구원이 오픈소스 생성형 AI ‘엑사원(EXAONE) 3.0’을 공개했습니다. 지금 당장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과 맞설 수준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경량 모델은 동급의 오픈소스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꽤 인상적입니다. 코딩이나 수학 등의 영역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네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LG는 오픈AI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거든요. 계열사와 LG전자의 가전제품 말입니다. AI를 직접 사용할 기업, AI를 탑재할 하드웨어를 보유했다는 점은 막강한 경쟁력입니다.

게다가 LG는 엑사원 3.0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내 최초입니다. 국내 AI 연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기업이 착한 마음으로만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겠죠. 어차피 자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는 오픈AI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한국어 기반으로 만들어진 AI 모델에 관심을 가질 개발자들이 많으니 오픈소스 전략으로 경쟁력을 붙이겠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영리한 전략입니다. 통할지는 지켜봐야겠죠.

2. 오픈AI는 하드웨어를 원합니다.


오픈AI가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오팔(Opal)입니다. 전문가용 웹카메라를 주로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픈AI는 ‘멀티 모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이 보고, 들을 수 있게 되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미 보여줬고요. 멀티 모달 기능은 현재 스마트폰이나 PC 등의 전통적인 기기를 통해 구현되고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기 마련이죠. 오팔이 그 후보에 올랐습니다.

오팔이 개발할 기기는 앞서 샘 올트먼이 투자했던 휴메인의 ‘AI핀’과는 다릅니다. 일종의 AI 에이전트 기능을 했던 AI핀은 사용자의 비서 역할에 가까웠죠. 오팔은 크리에이티브 툴로 사용할 수 있는 AI 기기를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오픈AI는 오팔과 함께 ‘보이스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싶어 하고요. 애플은 AI가 적용된 아이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미 내놓았고요. 하지만 오픈AI는 전혀 다른 하드웨어를 원합니다.

3.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교과서가 아니었네요.


학교에도 AI가 도입됩니다. 내년 3월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얘깁니다. 그런데 이 교과서를 두고 초중고 현장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검정심사 합격 발표 일정이 이번 달이었는데, 이게 3개월 미뤄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AIDT의 현장적합성 검토는 아이들 방학 기간과 겹치는 12월부터 3개월간 진행해야 합니다. 급합니다. 애당초 AIDT 개발 기간이 9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맞출 수 없는 일정이었죠. 이게 밀리니 내년 신학기부터 도입은 해야 하는데 검정과 검증 기간이 짧아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사 연수용으로 제공된 프로토타입 AIDT를 살펴보니 걱정은 더 깊어집니다. 오픈AI가 보여줬던, 개인 과외 선생님 같은 맞춤형 학습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챗GPT 같은 LLM 활용보다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문제 풀이 결과 데이터를 수집해 오답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오답률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결국, ‘정답을 맞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교과서라는 얘깁니다. 21세기의 학교에 기대할 만한 교육 방침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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