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빌려주는 도서관

2024년 7월 2일, explained

도서관이 패스트 패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23년 12월 도버 공공 도서관에서 열린 패션쇼. 사진: The Clothing Library
NOW THIS

올해 초 미국 뉴햄프셔주 도버의 공공 도서관에서 ‘의류 도서관(The Clothing Library)’이 운영됐다. 책과 DVD를 대출할 수 있는 공간 한편에 의류 1500벌이 자리했다. 방문객은 한 번에 최대 5벌까지 2주간 옷을 대출할 수 있다. 방문객은 연말 파티용 드레스, 졸업식 의상처럼 1년에 한두 번 입으려고 구매해야 하는 의류를 주로 대출해 갔다.

WHY NOW

의류 산업은 화려하고 끔찍하다. 옷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 벌의 의류가 생산되고 그중 730억 벌이 팔리지 않고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의류 도서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이 공유 경제를 경험하고, 신상 의류 구매가 아니라 중고 의류 대여를 의류 이용 방법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류 도서관

스텔라 맥셰라(Stella McShera)는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교에서 탈성장에 관한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도버 공공 도서관에서 의류를 대출해 주는 임시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공공 도서관 2층에 의류 도서관을 설치해 운영했다. 기존 도서관과 운영 방식은 같았다. 도버 공공 도서관 회원이라면 누구나 옷을 빌릴 수 있다.

의류 산업

맥셰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패션 업계에서 일했다. 의류 산업은 화려하고 더럽다. 팔리는 옷보다 버려지는 옷이 더 많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1만 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의류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의류의 수명을 9개월 연장하면 탄소와 물 발자국을 20~30퍼센트 줄일 수 있다. 패스트 패션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 옷을 사지 않는 것이다.

프로젝트

맥셰라는 옷을 소유하지 않고 옷에 접근하는 방법을 만들고 싶었다. 도서관 모델이 완벽한 방법이었다. 2023년 10월 맥셰라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여자를 구했다. 마케팅 경험이 있는 뉴햄프셔 주민 케이시 필브릭(Casey Philbrick)이 합류했다. 둘은 기부된 의류를 카테고리, 사이즈, 시즌별로 분류하고 도서관에 비치할 컬렉션을 정리하며 두 달을 보냈다.

기부

의류 도서관의 물품은 지역 중고 매장에서 기부를 받았다. 중고 매장은 수집한 의류 중 20퍼센트만 판매한다. 일정 기간 내 판매하지 못한 의류는 폐기 처분된다. 좋은 옷이지만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거나, 계절에 맞지 않으면 몇 주 만에 팔리기가 쉽지 않다. 맥셰라와 필브릭은 중고 매장에서 5000벌이 넘는 의류를 기부받고, 그중 1500벌을 선별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패션쇼

2023년 12월 1일은 도버 공공 도서관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날이었다. 16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패션쇼가 열렸다. (패션쇼 영상 보러 가기) 뉴햄프셔주 전역의 사서들이 서가 사이를 런웨이 삼아 걸으며 빌릴 수 있는 옷과 룩을 선보였다. 모델의 체격은 의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플러스 사이즈를 포함해 모든 체격과 체형의 사람들이 의류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다. 맥셰라가 이 프로젝트를 LA가 아니라 인구 3만 명인 도버에서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류 도서관이 운영된 6주 동안 옷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옷의 수명을 늘리는 세탁과 수선 방법, 스타일링에 관한 워크숍이 열렸고, 소비주의를 지양하는 지역 판매자와 대화하는 패션 토크 행사도 열렸다.

반납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옷을 빌렸을까. 도난이나 훼손은 없었을까. 의류 도서관이 문을 열고 첫 12일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이 도서관을 찾았다. 그중 65명이 옷을 대출했다. 빌려 간 옷은 깨끗하게 세탁한 뒤 반납해야 한다. 옷을 반납하면 ‘의류 사서’가 얼룩과 냄새 여부를 점검한다. 프로젝트 기간에 대출된 100벌 이상의 옷들은 모두 깨끗하고 좋은 상태로 돌아왔다.

IT MATTERS

2024년 1월 중순 도버 의류 도서관 프로젝트가 끝났다. 맥셰라는 첫 시범 운영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여름에는 여러 도서관에서 의류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려고 한다. 전 세계 지역 사회 구성원이 지역 도서관과 협력해 의류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매뉴얼도 발행할 계획이다. 맥셰라는 중고품 구입을 넘어 중고품 대여가 의류를 이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여겨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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