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대선 토론

2024년 7월 1일, explained

이번 토론은 체력 테스트였다. 바이든이 참패했다.

CNN 대통령 토론에 참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 지난 2024년 6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24년 대선 캠페인의 첫 번째 대선 토론에서 맞붙었다. 사진: Justin Sullivan/Getty Images
NOW THIS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현지 시각 지난 6월 27일, 첫 TV 토론이 그 시작이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토론의 룰부터 주목받았다. 90분간 청중 없이, 토론장에는 펜과 종이, 물 한 병만이 허락되었다. 상대방 발언 중에는 마이크가 꺼지고, 참모와의 소통도 일체 차단됐다. 맨몸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미국이 술렁이고 있다.

WHY NOW

미국의 기준 금리 변동이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뉴스가 되는 세계다. 미국의 결정과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고 신속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는 극과 극의 정치인이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아니, 향후 4년 간의 세계가 달라진다. 그런데 지금 미국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선택지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승패

이번 토론의 결과는 자명하다. 트럼프가 이겼다. 토론을 주관하고 생중계한 CNN이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7퍼센트가 트럼프의 승리라고 답했다. 토론 다음 날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의 달인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던 그에게 토론은 약점에 가까운 분야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토론을 못 해서 패한 것이 아니다.

정치 체력장

패인은 ‘노쇠함’이다. 몇 차례 말을 더듬은 것을 포함해 우리가 ‘쇠약한 노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을 반복해서 연출했다.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거나 10초 전 한 말을 잊은 듯한 발언 등이 여러 차례 튀어나왔다. 이번 토론에서 새로운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트럼프가 이민 정책에 관해 어떤 말을 할 지, 바이든이 임신 중단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두 자명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것은 어느 쪽이든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등극할 둘의 체력이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4년 더 짊어질 체력이 있는지가 관건이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트럼프는 꽤 멋지게 쇼를 끝냈다. 바이든은 의심에 휩싸였다.

4개월이나 남았다

당장 바이든이 후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목소리를 가장 높인 것은 《뉴욕타임스》다. 토론 다음 날 내놓은 사설 제목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였다. 돌려 말하지도 않은, 명료한 결론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조 바이든은 지금 대체 후보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제목의 아티클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모두 아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물론, 이런 언론의 집중포화는 생각보다 그 영향력이 작을 수도 있다. 사실, 임기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은 이보다 더 강했고 더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흔들리지 않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부활해 지금 백악관으로 성큼 향하는 중이다.

질 바이든에게 전화를

관건은 민주당이 정말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느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 자격을 거의 확정했다.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형식적인 승인 절차만을 남겨주고 있다.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다. 전당대회 이전에 바이든이 스스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며 본인이 확보한 약 4000명의 민주당 대의원을 해체한다면 새로운 후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성공의 길을 밟아온 사람이다. 포기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영부인인 질 바이든뿐이라며 영부인에게 전화라도 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민주당 지지 세력 안에서 돌았던 까닭이다.

트럼프가 온다

민주당이 혼란에 빠져있는 동안 시장은 민첩하게 반응했다. 토론 직후 뉴욕 증시는 바닥을 쳤다. 중국에 60퍼센트, 동맹국에는 10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큰소리치는 트럼프의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바이든에게 돌리지만, 그의 정책은 더 큰 물가 상승을 예고한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트럼프의 감세 공약 때문이다. 10년간 350조 원 규모의 감세가 예상된다. 정부에 돈이 없으면 빚을 내야 한다. 즉, 채권을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채권 시장 교란을 우려한다.

만약에, 트럼프가

우리나라도 재빨리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이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규제를 중심으로 경제판을 짜는 사람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까지 총 209건의 경제 규제를 발표했다. 역대 최다 수준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의 전략과 정책도 이에 맞춰져 있다. 트럼프는 생각이 다르다.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세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 준비를 위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모시토라(もしトラ, 만약에 트럼프(もしも、トランプ)의 약어)’가 그 키워드다.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4월,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만났다. 아소 전 총리는 거침없는 언사로 비난받지만,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잘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눈치만 봤다면, 성사될 수 없는 만남이었다. ‘모시토라’ 분위기가 팽배한 일본이었기에 가능했던 회동이다. 이번 토론 이전부터 트럼프는 7대 경합 주 중 5곳에서 우세를 점한 상태였다. 즉,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번 토론이 가능성을 더 명확히 보여줬을 뿐이다. 일본이 재빠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늦었다. 단순히 외교적 파이프라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와 안보 모두, 트럼프 체제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준비가 이미 되어 있어야 한다.

IT MATTERS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직 희망을 거는 사람들은 지난 1960년의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토론회를 이야기한다. 리처드 닉슨은 회색 양복에 굳은 표정이었다. 흑백 TV 화면 속에서 낡고 경직된 모습으로 비쳤다. 반면 케네디는 짙은 상의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포토제닉’ 했다. 누가 봐도 케네디에게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토론이었다. 하지만, 이 토론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닉슨의 토론이 더 훌륭했다고 평가한다. 겉모습을 빼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닉슨의 노련함이 빛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역사 속에서 승리한 인물은 케네디다. 정치는 모범생이라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정치가 작동한다.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나약했던 순간을 꼽자면 트럼프를 향해 욕설을 내뱉은 장면일 것이다. “You're a Sucker and Loser!” 이 순간 바이든은 11월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패배했다. 트럼프가 토론 중 30차례나 가짜 뉴스를 뱉었지만, 그래도 패배했다. 이제 포스트 바이든 시대는 어떤 식으로든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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