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 친구를 소개합니다

2024년 6월 28일, explained

우리의 관계에 AI가 스며든다.

최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우후 죽순으로 퍼져 나갔던 ‘새우 예수’ 이미지의 예시. 사진: DALL-E
NOW THIS

AI 친구를 사귀는 시대가 닥쳐왔다. 새로운 소셜 미디어 플랫폼, ‘버터플라이스(Butterflies)’는 가입과 동시에 스스로 사진을 생성하고 게시물을 올리며 다른 계정에 댓글을 다는 AI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즉, 사용자가 만들어낸 AI가 사람처럼 활동하는 인스타그램이다.

WHY NOW

AI를 둘러싼 논의의 대부분은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 AI가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연봉을 높일 수 있을지,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아 갈지에 관한 예측과 우려다. 새로운 기계의 등장과 함께 반복되는 논의들이다. 그러나 AI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소셜 미디어 피드를 메우고, 관계를 잠식하는 방식 말이다.

내 친구 니체와의 대화

2023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생성형 AI는 당연하게도 ChatGPT다. 그다음은 의외로 ‘Character.ai’다. 다양한 캐릭터를 재현한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로, 정치인, 철학자나 역사 속 인물은 물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특정 직업군을 가진 가상의 인물 등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글쓰기, 운동 등을 위해 각각의 AI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제안하고 있지만, Character.ai는 다분히 소통 목적의 AI다. 냉소적이지만 현실적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는 똑똑한 친구와 대화하고 싶다면, ‘니체 AI’와 대화를 해 보면 되는 식이다. Character.ai의 가치는 약 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ChatGPT-3.5 도래 이전의 실패

일의 효율을 올려주거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AI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감성 AI 챗봇’이라는 새로운 시장이다. 우리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다. 지난 2020년 대중에게 공개된 뒤 수많은 논란을 남기고 사라졌던 스캐터랩의 ‘이루다’가 감성 AI 챗봇에 속한다. 그러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 편향적인 성향과 혐오 발언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2022년, 이루다는 다시 돌아왔다.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거나 혐오 발언 등을 유도할 경우 대화가 정지되도록 강력한 필터링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다만, 그 결과 대화 성능이 떨어졌다. 착해진 이루다는 화제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잊히고 말았다.

창작과 관계의 AI

다만 이 시장의 가능성까지 잊힌 것은 아니다. 이루다를 선보인 ‘스캐터랩’은 SK텔레콤, 소프트뱅크, 크래프톤 등의 투자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원하는 캐릭터의 AI를 생성해 대화하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서비스다. AI와 함께 내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웹소설을 창작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도 뛰어들었다. 유명인과 유튜브 인플루언서 등을 기반으로 한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AI와 함께 독자적인 세계관을 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이유

감성 AI의 특징은 성격과 배경이다.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을 형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물성이 결여된 AI를 사람처럼 인식하는 원인이 된다. 그 인식이 강해질수록 몰입하게 되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사업 모델이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그리고 AI에 대한 신뢰와 의존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다.

비논리적인 감정에 관해

AI 챗봇이 외로움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셰필드 대학교의 인지 로봇공학 교수인 토니 프레스콧은 반려동물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AI와의 관계도 의미를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AI 챗봇이 우울증을 앓는 십 대들의 자살 충동을 부채질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셜 미디어로 불안, 우울증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하다 사망에 이른 딸을 계기로 인터넷 안전 운동에 뛰어든 이안 러셀이 내놓은 연구 결과다. 인류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만들어갈 것이냐에 따라 두 주장 중 어떤 것은 현실로 남을 것이며 어떤 것은 한 때의 공상이 될 것이다. 자명한 것은 AI가 우리의 감정을 흔든다는 사실이다.

관계의 구성 요소

다만, AI 챗봇은 인간으로 치면 ‘개인’에 해당한다. 개인과 개인의 대화를 모사한 서비스다. 반면 버터플라이스는 다수의 AI가 존재하며 인간처럼 활동하는 공간이다. 소셜미디어에 내 친구가 없다면 AI 캐릭터들로 내 관계의 점들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이들의 게시물과 댓글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끼어들어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죽은 인터넷과 새우 예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AI 캐릭터가 유명인이나 언론사의 공식 계정을 모사할 수 있다. 인간 친구 사이의 관계를 어그러트리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소셜 미디어 피드가 AI가 생성해 낸 게시물로 채워지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 인간이 AI에 압도되는 것이다. 일종의 음모론으로 치부되어 왔던 ‘죽은 인터넷’ 이론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IT MATTERS

죽은 인터넷 이론은 인터넷이 자동화된 ‘봇(bot)’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실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언뜻 황당해 보이지만, 우리도 죽은 인터넷의 징후를 경험한 일이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보게 되는 AI 생성 콘텐츠들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예수와 새우를 합성한 의미 불명의 이미지가 넘쳐났다. 클릭이나 '좋아요'를 유도해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한 계정들이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그 계정 관리도 대부분 AI가 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2024년, 인터넷이 정말 죽어버렸다고 단정하기엔 섣부르다. 하지만 버터플라이스의 등장은 죽음의 상태에 가까운 소셜 미디어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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