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쓰레기는 누가 버렸을까

2024년 6월 24일, explained

우주 쓰레기 피해를 두고 NASA가 소송당했다.

2024년 6월 24일 기준 지구 상공 궤도를 덮고 있는 물체들. 자주색 점이 관측 가능한 우주 쓰레기다. 사진: LeoLabs
NOW THIS

미 항공우주국(NASA)이 소송에 휘말렸다. 상대는 플로리다주의 한 가족이다. 사달이 난 것은 지난 3월 8일, 우주 쓰레기 한 점이 가정집으로 추락했다. 지붕과 2층 바닥이 그대로 뚫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들이 낙하물에 맞을 뻔했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추락한 우주 쓰레기는 지난 2021년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배터리 교체 후 버려진 2.6톤짜리 배터리 팔레트였다.

WHY NOW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이번 소송 결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우주 쓰레기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첫 판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손에 잡히지 않고 너무 멀다. 실재하나 추상의 개념으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너른 우주로 제대로 된 탐험을 떠나기도 전, 우주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주 쓰레기’의 모습을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우주 쓰레기의 위협은 당연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처한 일이 있다. 지난 2023년 1월, 본 적 없는 재난 문자가 수신됐다. 미국 위성의 잔해가 한반도 인근에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984년 발사된 지구 관측 위성이 수명을 다하고 지구를 향했던 것이다. 2018년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한반도로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비상이 걸렸다. 대기권을 지나는 동안 미처 다 타지 못한 잔해가 그대로 도시 한복판에 떨어질 경우 발생할 위험은 상상 이상이다. 문제는 두 경우 모두 당황하고 우려했던 주체가 우리뿐이었다는 점이다. 미국도, 중국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총알보다 빠른 쓰레기

지상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도 위협은 증가하고 있다. 유럽 우주국(ESA)에 따르면 2022년 2409개의 추적형 ‘페이로드(payload)’가 발사되었다. 쉽게 말해 돈을 받고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려 준 화물이 2409개였다는 얘기다. 이를 지구에서 추적 및 관찰할 수 있어 ‘추적형 페이로드’라고 명명한다. 대부분이 인공위성이다. 우주는 무한하지만, 페이로드가 향하는 곳은 좁다. 예를 들어, 글로벌 통신망 구축을 위해 발사된 위성이라면 통신망을 필요로하는 수요가 있는 곳을 궤도 삼아야 한다. 붐비는 궤도일수록 우주 쓰레기의 위험도 커진다. 위성이 쓰레기와 부딪치면 일부 파손되어 성능 저하는 물론 완전 고장의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 우주 쓰레기의 속도는 최고 초속 15㎞에 달한다.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가이드라인의 쓸모

물론 피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있다. 1959년 발족한 UN 우주 공간 평화적 이용 위원회(UN COPUOS)는 2007년 사용이 종료된 후 25년 이내에 궤도를 비우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우주 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 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 안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유명무실한 선언이었지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에는 가이드 준수율이 100퍼센트에 가깝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돌아오는 위성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우주의 궤도는 안전해지지만, 지상의 위험은 커진다. 관찰 가능한 크기에 일정한 궤도를 따라 움직여 추적 가능한 우주 쓰레기는 지난해 기준 3만 5168개다.

일단 쏘아 올리고 보는 이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단 쏘고 보자는 식의 ‘난개발’이 한몫했다. 우주의 주인은 없다. 먼저 깃발을 꽂아야 향후 우주 시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인공위성 궤도도 마찬가지다. 먼저 쏘는 사람이 임자다. 촘촘하게 깔아야 유효성도 올라간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저궤도 통신망 스타링크를 위해 6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이 중 30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활동 중이다. 스페이스X는 고장 난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제어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어떤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또, 최근 한 연구는 이 위성들이 수명을 다해 대기권과 충돌할 경우 오존층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Anti SATellite Weapons

강대국들의 우주 전쟁도 한몫한다.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도 우주 개발은 여전히 국가 안보의 일부다. 바로 파괴적 위성 요격 미사일(Anti SATellite Weapons, ASAT)이 대표적 사례다. 카카오맵,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통신망까지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시대다. 주식 시장, 외환 시장이 열리고 마감하는 시간에 한 치의 오차가 없어 전 세계의 금융이 하나로 묶여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인공위성이 지금 정확히 몇 시인지를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ASAT이다.

세계 멸망의 시나리오

비유하자면 ASAT은 우주 시대의 핵폭탄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이 이 기술을 갖고 있다. 이미 10차례 이상 시험이 진행되었다. 우주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위성을 겨눈다면 지상의 혼란과 함께 우주의 대참사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 2022년, 미국은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환영했고, 2023년에는 UN 차원에서 시험 중단에 합의했다. 이 기술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파괴된 인공위성은 셀 수 없는 우주 쓰레기로 부서진다. 올바른 합의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그들만의 우주 전쟁

중국, 인도는 물론 러시아도 언제든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다. 국제 정세가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심의 단일 체제는 끝난 지 오래다. 명분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다. 게다가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는 것은 ASAT 기술을 이미 갖고 있는 국가 외에는 기술 개발 자체가 차단당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핵실험을 해야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ASAT도 마찬가지다. 마치 핵확산금지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NPT)처럼, 이미 우주 강대국은 ASAT 기술을 독점해 버렸다.

IT MATTERS

만약 중국이 ASAT을 사용해 미국의 위성을 파괴했다고 가정하자. 그 결과 우리나라 대도시 한복판에 파편이 떨어지고 통신 장애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있었다면 그 배상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플로리다의 한 가족이 NAS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이런 잠재적 재난의 책임소재를 가르는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케슬러 신드롬’까지 염두에 둔다면 재난의 크기와 복잡성은 상상의 영역도 벗어날 수 있다. 지구 저궤도가 일정 이상으로 붐비게 되면 물체들 사이 충돌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우주 쓰레기가 증폭돼 우주 탐사와 인공위성 사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가설이다. 쉽게 말해 우주 쓰레기끼리 부딪치고 또 부딪치면서 쓰레기의 양이 재앙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의 책임은 UN이 아니라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쏘아 올리고 있는 주체들에 있다. 우주 개발이 그저 꿈과 희망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영역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화성 이주라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이루어지기 전에 스타십을 안전하게 발사할 궤도가 먼저 막혀버린다면, 21세기가 쌓아온 과학의 가능성은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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