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과 비윤과 반윤

2024년 6월 21일, explained

국민의힘 전당 대회가 4파전으로 치러진다. 친윤과 비윤과 반윤의 대결이다.

2024년 2월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와 함께 인천 계양산 전통 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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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출마 선언이 쏟아졌다. 나경원 의원(오후 1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후 2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오후 3시)이 한 시간 간격으로 출마 회견을 열었다. 앞서 21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 위원을 선출하는 전당 대회는 오는 7월 23일 열린다.

WHY NOW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출마 키워드는 ‘수평적 당정’이다. 원희룡 전 장관은 ‘대통령 신뢰’, 나경원 의원은 ‘계파 없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는 원 전 장관이 가장 가깝고, 나 의원은 중간, 한 전 위원장은 가장 멀다. 즉 친윤, 비윤, 반윤의 대결이다. 현재로선 반윤이 가장 앞선다. 한 전 위원장이 승리해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탈당밖에 없다.



당 대표는 당원 투표(당심) 80퍼센트와 일반 국민 여론 조사(민심) 20퍼센트를 합산해 선출한다. 지난해 3월 전당 대회에선 당원 투표 100퍼센트 룰을 적용했는데, 총선 참패 이후 비윤계를 중심으로 민심을 30~50퍼센트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민심 20퍼센트로 정해져 당심 비율이 전보다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아 영남권 친윤계의 조직력이 작동할 수 있다. 당 대표가 대선에 나가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7월 23일 당 대표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8일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한동훈 “수평적 당정”

출마 선언문에는 출마 배경과 문제의식, 해법이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 한동훈 전 위원장이 진단한 국민의힘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총선 패배 두 달여 만에 돌아온 한 전 위원장은 출마 회견에서 “당정 관계의 수평적 재정립”을 강조했다. 총선 패배를 “저의 책임”이라 했지만 메시지를 보면 대통령의 책임으로 들린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년간 9번이나 집권 여당의 리더가 바뀌었다”며 “그 배경이나 과정이 무리하다고 의문을 갖고 비판하는 국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사퇴와 김기현 전 대표의 당선·사퇴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지금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는 한 전 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다. 유 전 의원은 당심과 거리가 멀다. 홍 시장과 오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중앙 정부의 협조가 필요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렵다.

원희룡 “대통령 신뢰”

원희룡 전 장관은 출마 회견에서 “대통령 신뢰”를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며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자 장관직을 걸고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윤 대통령의 ‘호위 무사’ 이미지가 생겼다. 총선 패배 후에는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초 원 전 장관은 전당 대회 출마 계획이 없었지만, 19일 윤 대통령을 만난 뒤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미는 후보라는 얘기다.

나경원 “계파 없음”

나경원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계파 없음”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저는 자유롭다.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고 했다. 나 의원은 2027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도 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을 겨냥한 메시지인데, 나 의원은 차기 서울 시장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또한 나 의원은 22년 전 당에 들어와 한 번도 당을 떠난 적 없는 “정통 보수”임을 강조했다. 역시 최근 입당한 한 전 위원장, 바른정당 이력이 있는 원 전 장관을 겨냥한 메시지다. 나 의원은 22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 의원의 메시지는 “계파는 없고, 뿌리는 있다”로 요약된다.

윤상현 “한·원·나 대선 경선”

윤상현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대권과 당권 분리를 강조했다. 수도권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한 ‘수도권 험지의 전략가’인 자신이 당 운영을 맡을 테니,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세 잠룡은 다른 일(대선 경선 참여)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당 대회가) 대권 나가고 시장 (선거) 나가는 정치적 발판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정 관계를 파탄 내는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어대한

이번 전당 대회를 앞두고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은 한국 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여론 조사에서 내내 보수 진영 1위를 지키고 있다. 당심도 따른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59퍼센트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어 원 전 장관(11퍼센트), 나 의원(10퍼센트) 순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당선을 높게 점치고 있다.

친윤계

친윤계는 한 전 위원장의 인기를 인정하면서도 붙어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1차 투표에서 한동훈 대 원희룡+나경원+윤상현 구도로 과반을 저지해 결선 투표까지 가면 친윤계가 2위 후보를 지원해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여론 조사의 표본과 국민의힘 당원은 구성이 다르다. 지난해 전당 대회 기준으로 투표권이 있는 당원은 84만 명이었다. 지역별로 영남이 40퍼센트, 연령별로 60대 이상이 42퍼센트였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면서도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을 너무 흔들면 안 된다는 정서가 있다. 실제로 지난 전당 대회에서 김기현 의원은 출마 초기 지지율이 10퍼센트도 안 됐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밀면서 52.93퍼센트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는 안철수 의원(23.37퍼센트)이었다.

IT MATTERS

원희룡 전 장관이 뒤늦게 출마를 결심하면서 판세가 복잡해졌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 당선 때처럼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노골적으로 결집하면 쉽게 이길 수만은 없다. 박빙 승부가 벌어지면 한 전 위원장은 친윤계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되는 이유, 즉 총선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당의 분열은 가속한다. 결국 당정 관계가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문에 담긴 수준보다 더 악화한다. 한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가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를 거부하고 야당에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윤 대통령에게 남는 옵션은 탈당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바로 한동훈 당이 될 수도 없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 남았다. 인기가 바닥이라지만 내각, 공기업, 공공 기관 인사권이 있다.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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