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왜 전기차를 증오하나

2024년 6월 20일, explained

전기차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2023년 9월 미국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에 있는 포드 조립 공장에서 전미 자동차 노조(United Auto Workers) 회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노동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NOW THIS

올해 미국 대선에서 전기차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 임기 첫날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위해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2022년 8월부터 시행해 왔다.

WHY NOW

미국에서 전기차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다. 총기, 낙태처럼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바이든은 전기차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 트럼프는 이 정책을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유권자들도 갈리고 있다. 민주당원은 전기차에 우호적이고, 공화당원은 전기차에 적대적이다. 전기차가 문화 전쟁의 전선이 되면서 기후 변화 대응도 늦어지고 있다.

당파성

전기차는 미국에서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새 지표가 됐다. 전기차를 좋아하면 민주당 지지자, 전기차를 싫어하면 공화당 지지자다. “향후 10년 내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공화당원의 55퍼센트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14퍼센트였다. 정치 성향에 따라 구매 의사가 4배 차이를 보인다. 전기차는 당파성을 띤다.

기후 위기 부정

공화당 지지자는 왜 전기차를 싫어할까. 우선 이들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데 회의적이다. 특히 트럼프는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할 만큼 기후 변화를 부정한다. 폭염과 폭우, 폭설 같은 기상 이변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이라고 특별히 더 심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재임 시절 미국의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환경 법규를 후퇴시켰다.

경제 피해

공화당 강경파는 중국 공산당이 전기차를 이용해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인건비가 낮은데다 자국 전기차 회사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렇게 생산한 저가의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니 미국 회사가 버틸 수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전기차는 내연 기관 차량보다 부품 수가 적다. 전기차가 확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안보 우려

공화당이 전기차를 싫어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국가 안보다. 전기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퍼지면 차량의 센서와 카메라로 미국 전역의 교통 패턴, 인프라, 미국인의 삶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는 민주당도 결을 같이한다. 바이든 정부도 안보를 이유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올렸다.

계급 전쟁

전기차는 계급 전쟁의 전선이 되기도 한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전기차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보조금을 받아도 여전히 내연 기관 자동차보다 비싼 전기차를 살 여유가 없다. 결국 보조금 지원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정서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에 사는 엘리트들만 전기차를 모는데, 왜 내 세금을 써야 하냐는 것이다.

친환경 논쟁

공화당 강경파는 전기차가 정말 친환경적이냐 하는 의문도 제기한다. 폭스 뉴스 등 미국 보수 미디어는 전기차가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보도를 자주 내보낸다. 대략 이런 식이다. “전기차는 내연 기관 차량보다 더 무거워서 타이어가 더 빨리 마모되고, 도로와 교량 파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는 아프리카의 어린이 노동자가 생산하기 때문에 내연 기관 차량보다 나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변화

한편 민주당도 최근 들어 전기차 전환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1월에 열리는 대선 때문이다.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다. GM, 포드의 본사가 모두 미시간주에 있다. 그런데 미시간주는 선거 때마다 표심이 바뀌는 경합 지역이다. 바이든은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차량 배기가스 규제안 등 전기차 전환 정책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IT MATTERS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교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다. 전기차를 빼고는 기후 변화 대응을 말하기 어렵다. 정치화된 전기차에 대한 반감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 컨설턴트이자 전기차 지지자인 마이크 머피는 ‘전기차 정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머피는 보수주의자들을 설득하려면 자동차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와 경제와 환경의 맥락에서 보수주의자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전기차는 빠르고, 운전이 재미있고, 정기적인 유지 보수가 덜 필요한 차량”이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화된 문제를 정치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정치를 버리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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