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올림픽은 열리나

2024년 6월 18일, explained

파리 시민들은 올림픽을 환영하지 않는다.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포스터. 사진 : 2024 파리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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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시민들이 분주하다. 올림픽을 준비하고 도시를 단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은 올림픽 기간 파리에 오지 말 것을 당부하는 동영상을 틱톡에 올리거나, 부랴부랴 짐을 싸 올림픽 기간 파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 파리 시민들은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있다.

WHY NOW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그러나 종종 시민의 축제는 되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은 국제 행사를 말끔히 치르기 위해 밀려나거나 숨겨져야 했으며, 일상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부조리를 지적하고 항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에 대한 항의가 아니다.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항의다.

올림픽 피난

2024년 올림픽은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치러진 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약 두 달간 파리는 올림픽의 도시가 된다. 그런데 파리 시민들은 이 축제를 함께 즐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짐을 싸고 있다. 해당 기간 긴 여름휴가를 떠나거나 집은 관광객에게 단기 임대 형식으로 빌려주고 지방에 거처를 구해 머물겠다는 시민도 있다. 기업에서도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120년 된 지하철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물가가 오르고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리는 서울만큼이나 인구 밀도가 높다. 올림픽이 아니어도 관광객으로 넘친다. 지하철은 1900년에 개통했다. 아무리 현대화하고 차량을 새로 들여도 좁고 작게 설계된 120년 전의 지하철 역사는 이미 그 수용 능력에 한계가 왔다. 여기에 올림픽을 보러 온 전 세계의 손님들까지 가세한다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우려는 당국의 대책이다. 올림픽 기간 대중교통 요금을 두 배가량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한여름의 파리 산책

대중교통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발생할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또, 한 달 이상의 장기 정기권을 사용하는 파리 시민들은 예외라는 설명이다. 대중교통 확충을 위해 돈도 썼다. 올림픽을 목전에 둔 6월 말, 파리 지하철 14호선이 연장 개통된다. 하지만 당장에 비난이 나왔다. 올림픽을 맞아 파리를 찾은 방문객에게 공식적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당국은 추가 대책도 내놨다.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도지사는 올림픽 기간 중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역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시민과 방문객들이 ‘걸어서’ 이동할 것을 촉구했다.

파리 스타일

뜨거운 여름, 일상을 사는 시민들은 둘째 치고 방문객들이 파리 시내를 걷고 걸어 올림픽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 사실, 파리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이색적이고 화려한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펠탑 광장에서 펼쳐질 비치발리볼 경기, 베르사유 궁전에서 선보일 승마와 근대5종, 태권도와 펜싱 등을 겨룰 그랑팔레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경기장은 따로 있다. 바로 철인 3종 경기와 수영 종목이 치러질 센강이다.

무엇이 떠다니는가

파리는 19세기 중반 진행된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구부러진 길을 펴고 가로등을 설치하고 대규모 녹지를 조성했다. 대규모 시위를 쉽게 진압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그 형태와 결과는 일종의 도시 정비 사업이었다. 이때 상하수도망도 정비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도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파이프는 얽히고설켰다. 때문에 센강에는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떠다닌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파리 시민 사이에 떠돈다. 1923년부터 센강에서는 수영할 수 없다. 수질 오염 때문이다. 100년 된 오염을 정화해 수영장으로 쓰겠다는 것이 파리시의 계획이다.

#JechiedanslaSeinele23Juin

시민들의 우려와 조소가 이어지자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오는 6월 23일 본인이 직접 센강에서 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동참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선언도 시민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금 X 등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JechiedanslaSeinele23Juin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6월 23일, ‘나는 센강에 변을 보겠다’는 뜻이다. 23일 센강에 변이 도착하려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언제 용변을 봐야 하는지 계산해 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정치인의 무리수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팬데믹 기간 중 도쿄 올림픽을 기어이 밀어붙였던 일본에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먹방’을 선보였던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멋진 파리를, 강력한 프랑스를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향해 외친다. 파리는 낡았고, 좁고 더럽다고. 파리는 준비되지 않았으며, 이대로 올림픽을 치른다면 막대한 불편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라고.

IT MATTERS

불만을 넘어 불안도 공존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와 무슬림 공동체가 모두 프랑스에 있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올림픽에 참가한다. 테러 위협으로 파리 시내의 다리 몇 곳이 통제될 예정이다.

올림픽은 늘 정치였다. 냉전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후로도 늘 국민을 하나로 모아 국가라는 이념을 성립하게 해 주는 도구로 작동해 왔다. 올림픽은 자본주의이기도 하다. 유례 없는 감염병에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때, 도쿄에서는 중계권 장사를 위한 좋은 타이밍을 놓칠 수 없어 올림픽이 기어코 개최되었다.

하지만 시민은 성장하고 소통은 넓어졌다. 판자촌이 밀렸던 80년대와 난민들이 지방으로 실려 가는 2020년대는 여전히 닮은 구석이 있지만, 이제 시민들은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정치인의 경솔함을 비난한다. 엉망진창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올림픽일지도 모른다. 문제를 드러내고, 시민들이 그것을 이야기하는 올림픽. 아이러니하게도, 파리는 100년 만에 시민들의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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