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수는 어떻게 1위가 되었나?

2024년 6월 17일, explained

쿠팡이 불공정 거래 행위로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쿠팡의 배송 차량. 사진: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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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상품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후기를 올린 혐의로 과징금 1400억 원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쿠팡의 PB 상품 납품 자회사인 CPLB와 쿠팡을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두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WHY NOW

공정위의 제재 발표 직후 쿠팡은 “행정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쿠팡은 20일로 예정된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사실상 소비자를 압박해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쿠팡의 이중적 지위

쿠팡은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직매입 상품, PB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4억 개가 넘는다. 중개 상품 4억 개, 직매입 상품 600만 개, PB 상품 1만 5000개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자기 상품과 중개 상품의 비율은 2022년 거래액 기준으로 7 대 3이다. 자기 상품이 훨씬 더 많이 팔린다.

쿠팡 랭킹

쿠팡의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 랭킹’은 판매량, 구매 후기의 수, 평균 별점 등 소비자 반응을 종합해 알고리즘으로 순위를 매긴다. 소비자는 쿠팡 랭킹이 높으면 해당 상품의 판매량이나 구매 후기가 우수하다고 인식한다. 구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쿠팡이 21만 개 입점 업체의 4억 개 이상의 중개 상품보다 자기 상품을 인위적으로 랭킹 상위에 올렸다고 판단했다.

검색 순위 조작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최소 6만 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검색 순위를 결정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인위적으로 자기 상품을 상위에 끼워 넣었다. 예를 들어 쿠팡의 PB 상품인 생수 ‘탐사수’는 애초 100위권 밖에 있었지만, 순위 조정 후 1위에 올랐다. 1년 9개월간 상위에 고정 노출되면서 매출 630억 원을 기록했다.

임직원 후기 작성

쿠팡은 일반 소비자로 구성된 체험단을 구성해 자기 상품의 구매 후기를 수집하려 했지만, 출시 초기의 PB 상품은 인지도가 낮아 후기를 모으기 어려웠다. 그러자 2297명의 임직원을 이용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게 했다. 최소 7342개의 PB 상품에 7만 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만점 5점)의 별점을 부여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만들었다.

가격 경쟁

쿠팡의 자기 상품이 검색 순위 상위에 장기 노출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쿠팡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은 가격이 내려가면 순위가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알고리즘이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이 이뤄지도록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자기 상품을 상위에 지속 고정 노출하면, 다른 입점 업체들은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고, 쿠팡은 이미 자기 상품이 상위이므로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 즉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쿠팡의 반박

쿠팡은 즉각 반박했다. 쿠팡 랭킹은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제품이 추천되는 방식이고, PB 상품은 양질의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갖춘 제품이라 순위 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임직원의 후기 작성 역시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기간의 직원 후기는 전체 PB 상품 리뷰 2500만 개의 0.3퍼센트에 불과하고, 지속적으로 별점 1점을 부여한 직원에게도 불이익을 주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켓배송

공정위의 제재 발표 직후 쿠팡은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형평 잃은 조치”라며 행정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입장문의 앞부분이었다. 쿠팡은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소비자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지고, 25조 원의 투자 계획도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 피해

쿠팡의 공식 입장 발표 이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를 비판하고, 쿠팡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메꾸기 위해 쿠팡이 PB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과징금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쿠팡이 경고한 대로 로켓배송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오프라인 업체도 PB 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데, 역차별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IT MATTERS

구매는 계약 행위다.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물품 구매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매자가 인기 순위를 조작하거나, 다른 입점 업체들에는 금지하면서 자신들만 임직원을 동원해 후기를 올리는 것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품을 “이 상품이 요즘 제일 잘 나가요” 하고 소비자를 속여서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행위다. 쿠팡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공정위가 로켓배송을 하지 말라고, PB 상품을 판촉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이중적 지위를 남용해 순위를 조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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