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84조 논쟁

2024년 6월 13일, explained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이기면 재판은 멈출까, 계속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30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NOW THIS

검찰이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 7일 법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방북 당사자이자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WHY NOW

이번 기소로 이 대표가 받게 될 재판이 4개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2022년 9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을 시작으로 위증 교사 혐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으로 각각 재판을 받아 왔다. 이번 주에만 재판이 세 번 열린다. 문제는 2027년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 전까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헌법 84’조가 쟁점이 되고 있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규정이다. 소추(訴追)는 형사 사건에 관해 소를 제기하고 수행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국가 전복을 위해 내란을 일으키거나 외국과 공모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 형사 범죄 혐의가 있어도 재직 중에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

재판

현재 이 대표가 피고인 신분인 재판들은 아직 1심 판단도 나오지 않았다. 2027년 5월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 전까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재직 중에는 새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이던 재판은 어떻게 될까. 헌법 84조의 틈새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피선거권

일각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은 대선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재판 결과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다른 사건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는다. 즉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 자격이 사라진다.

소추

대선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을 경우 헌법 84조의 ‘소추’의 범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여권에서는 소추와 재판을 별개로 본다. 따라서 대통령 재직 중에는 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지만, 진행하고 있던 형사 재판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잃는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중단

소추를 기소로 좁게 해석할지, 기소부터 재판까지로 넓게 해석할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는데,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재판까지 포함한다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재직 중에 형사 소추되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이다. 헌법 취지를 고려할 때 내란과 외환의 죄가 아니라면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인

문제는 또 있다. 차기 대선은 2027년 3월 3일에 치러지고, 임기는 5월 10일에 시작된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이길 경우, 당선이 확정된 3월 3일 밤부터 5월 9일까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다. 이 기간에는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이 두 달여 동안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된다.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대선 불복

대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당선인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차기 대통령을 법원이 선택하는 셈이 된다. 대통령 당선인 기간에 대법원이 재판을 강행하면 대선 불복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대법원으로서는 재판을 연기하면서 대통령 임기 시작을 맞이하는 편이 조금 더 쉬운 선택일 수 있다.

IT MATTERS

대선이 3년도 남지 않았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법적 논란은 커질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는 가속할 것이다. 대선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문제고 안 나와도 문제다. 대법원에서 끝날 문제도 아니다. 진 쪽은 헌법재판소로 향할 것이다. 미룰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에 헌법 해석에 대한 논의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7년 3월 우리 사회는 2017년 탄핵 사태와 같은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