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4. 취향, 인류, 전쟁

2024년 6월, THREAD

들어가며

어느새 우리는 쉬이 잊었지만 지금 지구는 두 개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한국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전쟁은 치솟는 물가의 모습으로, 매년 오르는 국방비의 모습으로, 병역 문제를 둘러싼 젠더 간 갈등이라는 모습으로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삶을 부수고 생명을 앗아가는 그 본질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의 일상에 불쾌한 진동을 남긴다. 이번 《스레드》에서는 그 과정과 방식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정치가, 한국의 국방비가, 청년의 미래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그린다. 물론, 시작은 전쟁보다는 조금 덜 우울한 이야기다. 우리를 매혹하고 중독시키는 맛과 향에 관한 이야기로 《스레드》 6월호의 문을 연다.
익스플레인드

우리에겐 ‘해설(explained)’이 필요하다.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세계를 해설한다. 복잡하고 경이로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를 전한다.

바나나, 두리안, 커피


두리안이 뜨자 커피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의 커피 농장들이 두리안 재배 쪽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커피 농가가 주로 생산하는 로부스타 커피는 지난 4월 말 런던 선물 거래소에서 톤당 45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담배의 시간


정부가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국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합성 니코틴을 관련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한국은 담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된다.

불닭볶음면, 문화가 되다


불닭볶음면이 라면 시장의 지각을 바꾸고 있다. 만년 3위였던 삼양라면은 1위, 2위인 농심과 오뚜기의 시가 총액을 넘어서며 1위에 올랐다. 분기 기준으로 영업 이익 역시 추월했다. 숫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입 모아 불닭볶음면을 제1의 라면으로 꼽는다. K-푸드의 노멀은 이제 비빔밥, 불고기가 아닌 불닭볶음면이다.

망명의 외주화


오는 6월, 혹은 7월부터 영국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는 6400킬로미터 떨어진 아프리카의 르완다로 보내질 전망이다. 그곳에서 망명 신청을 심사한 후, 받아들여지면 르완다 현지에 정착하게 된다. 소형 선박에 몸을 싣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막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영불 해협을 건너려다 배가 가라앉으면서 난민들이 사망하는 참변이 반복되어 왔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인도주의적’ 이유를 강조한다. 실제로 이 ‘르완다 법’이 통과된 직후, 영국으로 향하던 보트가 가라앉았다.

사람을 숨긴 마트


아마존이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공개했을 때 그것은 현실에 도래한 미래였다. 물건을 골라 그냥 매장 밖으로 나가면 자동으로 결재가 되는, 쇼핑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생성형 AI는커녕, 키오스크 비대면 결제도 일반화 하기 이전인 2016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무인 매장을 가능케 했던 것은 사람이었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1000명 넘는 인도인이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상품의 라벨을 확인하고,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확인해 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의 베트남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 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반전 시위의 발화점이 됐던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는 5월 15일 열릴 예정이던 졸업식을 취소하기로 했다. 캠퍼스에서 전체 졸업식을 거행하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전체 행사를 여는 대신 10~16일 단과 대학별로 소규모 졸업 행사를 진행한다.

주한 미군에 일어날 일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 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콜비 전 부차관보는 결정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군대라는 낭떠러지


일본이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착수하면서 여성 군인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군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입대를 신청하는 여성의 수는 2023년 3월 말 기준 12퍼센트 감소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군 내 괴롭힘 문화가 여성의 자위대 가입을 단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처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을 소개한다. 기사 한 편이 단편 소설 분량이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한다.

내추럴 와인의 톡 쏘는 모험


와인 산업, 잘못된 길로 가고 있나? 표준화된 현대 와인의 대척점에 내추럴 와인이 있다. 비일관성, 불순물, 강한 향, 병 속으로 들어가곤 하는 포도 줄기 조각과 이스트로 대표되는 내추럴 와인의 특징은 상업 제품의 특색 없고 단조로운 ‘완벽함’의 대안이 되고 있다. 미세한 비대칭이 수제 가구의 차별화 요소가 되듯, 내추럴 와인은 전통적인 와인업계의 위계질서를 뒤집거나, 적어도 그것을 무시해도 좋다고 말하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내추럴 와인 운동의 태동과 흐름, 현대 와인 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본다.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롤모델이 아니라 레퍼런스다.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가를 인터뷰한다.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혁신가들의 경험에서 내 삶을 변화시킬 레퍼런스를 발견한다.

나라는 동력, 시선이라는 땔감


모두의 꿈인, 또 내 꿈의 일부였던 직장에 입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수도, 또 때로는 부담되는 분기점의 시작일 수도 있을 테다. 애니메이터 에릭 오는 전 세계의 애니메이터들이 선망하는 ‘픽사’에서 작업했다. 픽사를 학교로 생각하던 그는 퇴사 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전 세계에 외쳤다. 그에게 꿈의 직장은 종착지가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도달할 수 없는 도착지였던 셈이다. 도달할 수 없는 도착지, 나를 향해 달려가려는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마치며

프랑스는 오랫동안 와인의 중심지였다. 그 맛과 향은 자부심이 되었고 규칙이 되었고 법제가 되었다. 하지만 전통이란 언젠가는 구태가 되는 법이다. 클래식을 전복하는 비주류가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전통의 정의를 새로 쓰는 때다. 와인은 지금 그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데에 집중하는 내추럴 와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와인 산업 자체에 대한 반항이다. 취향이 맛과 향을 넘어 생산의 과정, 만드는 사람의 철학을 음미하는 시대다. 저서 《미식 예찬》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미식 철학자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라고 적었다. 지금은 그 이상이다. 우리의 취향이 우리의 세계를 만든다.
THREAD EXPLAINS THE NEWS
스레드는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종이 뉴스 잡지입니다.
이달에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이슈의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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