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임기가 끝났다

2024년 5월 21일, explained

젤렌스키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외부 공격만큼 내부 분열도 위험하다.

2024년 4월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궁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Kay Nietfeld/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NOW THIS

2019년 5월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취임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으로 정치 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는 취임식에서 “나는 평생 우크라이나 국민을 웃게 하려고 모든 노력을 했다”며 “앞으로 5년 동안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 5년이 막 끝났다.

WHY NOW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다. 그러나 그의 집권은 계속된다.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계엄령이 선포됐다. 계엄령 중에는 선거가 중단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젤렌스키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젤렌스키의 집권에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 대선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다. 전세도 불리하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기 종료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5월 20일 끝났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다. 헌법에 따라 지난 3월 31일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엄령을 내렸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총선, 대선 등 모든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 임기가 끝난 젤렌스키의 집권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헌법

우크라이나 헌법 103조는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계엄령 중에는 모든 선거가 금지된다. 이때는 누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까. 헌법 108조에는 현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권한을 행사한다고 돼 있다. 헌법학자들은 이 조항에 따라 계엄령이 유지되는 한 젤렌스키가 임기를 연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취지

1996년 우크라이나 헌법이 제정됐을 때 관여했던 로만 베즈메르트니 전 부총리는 젤렌스키 집권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그는 헌법 자체가 정치적 고려로 탄생한 것이라고 말한다. 계엄령하에서는 선거 없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한 것도 애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서방 국가들도 젤렌스키 집권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대자들

그러나 젤렌스키의 반대파들은 정통성을 의심한다. 임기 종료 다음 날인 5월 21일이 되면 정당성을 상실하므로 대통령 권한을 국회의장에게 넘기거나,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이다.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월 젤렌스키를 향해 ”5월 21일 이후까지도 대선을 치르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키예프의 민심은 점차 이반하고 있다. 전쟁이 2년을 넘기면서 피로가 극에 달했고, 정부 관료의 부정부패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전쟁 직후 90퍼센트가 넘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63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지만, 젤렌스키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수는 그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론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경쟁자

전쟁 중에 선거를 치르기도 어렵지만, 치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젤렌스키는 2월 8일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를 해임하고 영국 주재 대사로 보냈다. 당시 젤렌스키가 대선 경쟁자를 제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잘루즈니는 ‘철의 장군’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국민 영웅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여론 조사에서 잘루즈니는 32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23퍼센트였다.

전세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도 치고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전세(戰勢)도 좋지 않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회복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쟁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의 임기 연장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해도 삼중고를 겪는 그에 대한 정통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IT MATTERS

젤렌스키의 입지가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결국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에서 투표를 금지하고, 비점령지에는 폭격 등으로 투표를 방해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미루는 것은 더 위험하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 지원을 결정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지면 정통성 논란이 심화할 수 있다.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로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