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에 일어날 일

2024년 5월 13일, explained

트럼프 진영이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2017년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방문해 군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Jim Watson, AFP,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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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 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콜비 전 부차관보는 결정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WHY NOW

트럼프 진영이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주한 미군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미국은 북핵 폐기가 아닌 북핵 동결로 입장을 전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핵무장론이 불거질 수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의 핵 도미노로 연결될 수 있다.

부자 나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30일 보도된 《타임》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켜 줘야 하냐”고 했다.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해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을 향해서도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주한 미군

현재 주한 미군의 규모는 2만 8500명이다. 일본 5만 5000명, 독일 3만 5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이 방위비 분담금이다. 한국 정부는 1991년부터 분담금을 냈다. 2~5년 단위로 협정을 체결해 금액을 정한다. 올해 분담금은 1조 4040억 원으로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9년 8월, 한국과 미국은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협정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기존 분담금의 6배인 6조 원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비상식적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20년 4월 한미 협상 실무자들이 13퍼센트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트럼프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협상 시한을 넘겨 주한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승리했다. 2021년 1월 바이든이 취임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46일 만인 3월 10일, 분담금 협정이 타결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의 분담금을 합의했다. 2021년 분담금은 13퍼센트 인상된 1조 1833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후부터는 한국의 국방비 인상률에 연동시켜 인상하기로 했다. 무협정 상태로 지나갔던 2020년은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12차 협상

올해 3월 한미 양국은 2026년부터 적용될 12차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의 협상 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11차 협정이 끝나려면 아직 1년 9개월이 남았는데, 양국이 일찌감치 차기 협정을 위한 협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과도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수 있어서 바이든 정부의 임기인 2025년 1월 전에 협상을 마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그러나 바이든 정부 때 협정을 맺더라도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지난 정부가 체결한 협정을 아예 번복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했고,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고, 냉전 시절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파기했다. 한국 정부에도 무역 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철수 가능성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트럼프의 거래 전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주한 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하려면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국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다수는 주한 미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참여한 싱크탱크도 같은 입장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대만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 MATTERS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은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집중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은 한국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주한 미군의 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 또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그저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분담금 인상과 함께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가 본격화하면 워싱턴과 한국 정가에서 한국 자체 핵무장론이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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