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꼽은 지금, 놓쳐서는 안 될 포캐스트는 〈톨레랑스는 죽었다〉입니다. 프랑스의 지난 대선을 다뤘습니다. 지금 유럽 정치는 그야말로 소용돌이 같습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지난 프랑스의 대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한참 전부터 유럽의 우경화는 심각한 상태였죠.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린 르 펜이라는 극우 정당의 후보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결선까지 초접전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극좌, 극우로 여론이 심하게 갈라진 여론,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 사회와 정치 지형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톨레랑스는 정말 죽었을까요?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한 달 직후인 5월 41퍼센트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7월 국내 보도에 따르면 10퍼센트대 지지율을 보이는 등 체면을 구겼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로 세계 리더들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 중이죠. 하지만 핑계를 댈 시간은 없습니다. 대선 이후 열린 6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연합이 1위를 하긴 했지만 제1야당으로 떠오른 좌파 연합이 2위, 르 펜의 국민연합(RN)이 3위의 의석 수를 확보했습니다. 좌파 연합의 대표는 장 뤽 멜랑숑으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대표인데 여긴 극좌 성향입니다. 여전히 대립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극우 정당의 약진은 프랑스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지난 9월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Fdl·Fratelli d'Italia)’의 조르자 멜로니 후보가 사실상 차기 총리를 확실시하며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이 총선에서 크게 승리하며 제2 정당으로 약진하기도 했죠. 영국의 새로운 총리 리즈 트러스는 극우 성향은 아니지만 마거릿 대처를 방불케하는 정통 보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길어지고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극우 정당의 약진은 더 심해질 것 같네요. 북저널리즘에서 더 많은 국제 관계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해결된 적 없는 미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를 다룹니다. 가습기 물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물질에 독성이 발견되면서 2011년 파장이 시작됐는데요. 피해자만 95만 명, 사망자 2만 명입니다. 재난 사고 중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인데 지난 10년간 피해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캐스트를 쓰면서도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이슈는 올해 4월 25일 피해자 단체가 서울 종로구에서 시위에 돌입하며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는 피해자 측의 피해 조정안에 무응답이었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불매에 대한 의견을 남겨 주셨죠. 안타깝게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옥시에 거금의 투자액이 꾸준히 유치됐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애경산업 또한 피해 조정안에 무응답이었으며, SK케미칼은 공정거래위원회위와의 유착 관계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24일, 공정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한 심의를 개최합니다. 기존 일정을 앞당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달 말 공소 시효가 만료됩니다. 피해자 단체는 여전히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남은 2주 동안 피해자 보상은 어떤 형태로 이뤄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이지만, 화제성이 컸던 사건일수록 거리를 두고 곱씹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져왔습니다.
ㅡ 2022년 6월 17일 FOREC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