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귀여워지고 있습니다.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들이 각종 소셜 미디어에 돌아다니죠. 개그맨, 유튜버들이 하듯 먹방을 촬영하고, ASMR을 녹음하며, 귀여운 강아지와 찍은 인증샷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올립니다.
캠프 홍보팀에선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수단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일반 기업처럼 광고를 내는 것은 위법이고, 아직은 트럭에 올라타 노래를 부를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남은 것은 유일한 소통 창구, 소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우선 대선 후보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MZ세대
[1]의 감성을 저격하는 단어와 아이템을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의 콘텐츠들을 업로드합니다. ‘밈(meme)화’까지 이어진다면, 홍보팀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박인 거죠.
하지만 의아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견고하던, 고고하던 정치의 프레임이 깨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더욱 자극적으로 변모하는 정치인들의 SNS 채널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대선 후보와의 ‘소통’인지, 홍보팀 아바타의 바보 같은 모습을 ‘소비’하는 건지 종종 헷갈립니다. 정치인들의 SNS 활동을 두고 ‘한가하다’는 비판이 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재밌긴 한데, 이걸로 끝나선 안 될 텐데, 라는 우려가 기저에 있습니다.
단순히 젊은 층이 쓰는 용어, 먹는 음식, 좋아하는 아이템과 친해지려는 미숙한 모습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2030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젊은 층이 후보자들에게 원하는 모습이 이런 형태였을까요. 20
·30세대와 발 맞추어 나간다는 대선 후보들의 신념 혹은 착각,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서민적이고 소탈하고 귀여운 정치인
“여러분 이 사진은 짤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지난 8월 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스타그램에 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직접 키우는 강아지를 안고 침대 위 누워 있는 사진입니다. 일명 ‘윤석열 남친짤’로도 불리죠. ‘짤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엔 ‘짤로 널리 사용해 달라’는 홍보팀의 수줍은 속마음이 묻어 있습니다. 베스트 댓글을 읽어 드리자면, ‘안본 눈 삼미다’. 그뿐인가요. MZ세대 사이에서 한때 뜨거웠던 ‘민트초코 찬반논쟁
[2]’을 겨냥해, 윤석열 후보가 민초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 또한 피드를
장식했습니다. 어두운 정장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 영상은 특별한 멘트 없이 조회 수 5만 회를 가뿐히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