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원전은 1000메가와트의 발전량을 제공합니다. SMR은 300메가와트를 제공하는데, 단순 비교해 1000메가와트와 300메가와트는 각각 100만 가구와 3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뜻합니다. 기존 원전은 거대한 콘크리트 격납 건물 안에 대형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을 건설해 이들을 각각 배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SMR은 모듈 안에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를 일체화해서 제작합니다. 대형 원전 건설에 300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이 필요했다면, SMR에는 1만 개 정도가 들어갑니다.
획기적인 원자로인 SMR은 사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97년 스마트(SMART)라는 원자로를 연구한 것이
시초입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2년, 세계 최초로 설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터를 찾지 못해 실제 건설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탄소 중립 에너지 개발 등을 계기로 2029년까지 한국형 SMR 설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SMR이 주목받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핵심은 바로 ‘탄소 중립’을 위한 대안이라는 점입니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전 세계는 기후 변화 피해를 겪고 있고, 그 원인인 탄소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습니다. SMR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그린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원전 기술을 혁신하고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언급하며 기후 재앙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SMR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도 협력해 미국 와이오밍주에 소형 원전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70종이 넘는 SMR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직 표준 모델이 없어 기술 선점을 위한 각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겠다며 SMR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7년 동안 32억 달러, 우리 돈 3조58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원전 전문 회사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는 지난해 설계 인증 심사를 통과해 상용화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SMR 발전소 역시 탄소 덩어리”
SMR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지만, 다른 한쪽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SMR 발전소를 짓는 일 역시 기존 원전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토건 사업”이라며 그 과정에서 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돼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면 SMR도 결국 탄소 덩어리”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SMR을 가동하는 과정에서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지만 앞뒤를 자른 잘못된 시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탄소 배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폐기물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둘러싼 엇갈리는 의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