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위트 있는 광고나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나갔습니다. 오틀리의 광고 문구는 이런 식입니다. “당신이 이 광고를 안 봐도 상관 없습니다. 누군가는 보겠죠.(if you don’t read this ad, no worries. Someone else likely will)” “그냥 광고보다 보기 좋도록, 스트리트 아트처럼 만들어 봤어요.(We made this look like street art so you would like it better than if it was just an ad)” “이걸 읽으셨나요? 성공했네요.(You actually read this? Total success)” 약간의 비꼬는 투(sarcasm)와 위트를 넣었어요. 소셜 미디어에서도 귀리 우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포스팅하거나, 쿨한 ‘탈우유 세대’의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오틀리를 대체 식품으로서 진지하게 설명하고 권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처럼 만들고 전파한
셈입니다.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2016년 미국에 론칭한 오틀리는 불과 2년 만에 미국 내 3000개 이상의 카페와 식료품점에 납품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2018년 봄엔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뉴욕에서 ‘오틀리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뉴욕의 카페들은 귀리 우유가 동났다는 안내판을 세우고, 마트 진열장은 텅텅 비고, 소셜 미디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정도였습니다.
비건 유니콘과 셀러브리티 투자자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음식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미 비건이거나 종교적, 신체적 이유로 동물성 음식을 못 먹는 소비자를 넘어 대중을 포섭해야 합니다. 브랜드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훌륭하게 대체하고,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푸드 테크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식문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틀리처럼 마케팅에 신경 쓰기도 하지만, 다른 흐름도 눈에 띕니다. 셀러브리티 투자자입니다. 오틀리는 2020년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함께 오프라 윈프리, 나탈리 포트만,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제이지(Jay-Z) 등으로부터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낫코(NotCo)는 낫밀크(NotMilk), 낫마요(NotMayo) 등 비건 식품을 만드는 칠레의 스타트업입니다. 낫밀크는 다른 식물성 우유와 달리, 치커리와 코코넛, 콩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섞어서 만듭니다. 배합 레시피는 인공지능 주세페(Giuseppe)가 만듭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낫코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억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 투자에선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식물성 대체육을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도 빌 게이츠와 세레나 윌리엄스, 케이티 페리, 제이지 등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임파서블 푸드는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고기 같은 패티를 지향하는데요,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4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셀러브리티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스피커 역할을 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다른 푸드 테크 기업 어필 사이언스(Appeal Science)에도 투자하는 케이티 페리는 “지속 가능성은 경제를 만들고, 농부들에겐 기회를 주며, 소비자에겐 선택권을 준다”고
말합니다. 셀러브리티의 투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새로운 식문화에 동참하는 인플루언서를 포섭하는 일이고, 셀러브리티 입장에선 대중, 특히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향하는 행보입니다. 물론 투자 수익도 낼 수 있고요. 이번 오틀리의 IPO로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일부 수익금을 회수할 전망입니다.
오틀리의 상장은 대안적인 제품이 새로운 식문화로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면서, 비슷한 가치를 지지하는 셀러브리티의 참여로 상승 효과를 내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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