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간의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정확하게는, 이미 진행되던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온라인 시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거나 많은 사람을 한데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판매에만 집중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전통적 유통 강자로 불린 롯데쇼핑은 지난해 최근 3년간 누적 영업 적자 660억 원을 기록하면서 110여 개 사업장을 구조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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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험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경험과 체험을 주는, 매장 이상의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은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은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라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휴식 공간을 표방합니다. 최초로 이름에서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뺀 이유기도 했죠. 나이키 조던이 가로수길에 연 ‘조던 서울’은 브랜드의 아이콘인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를 담고, 조던을 주제로 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의류 브랜드 아더에러도 성수동에 ‘아더 스페이스 2.0’을 열고 독특한 설치 작품 등 체험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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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2월 론칭한 오프라인 매장 ‘
하우스 도산’은 선글라스와 안경뿐 아니라 코스메틱, 디저트 브랜드까지 공간에 결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판데믹 상황에도 오픈 초기부터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섰고, SNS에는 방문 ‘인증샷’이 이어집니다. 젠틀몬스터는 ‘경험의 브랜드화’ 전략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2014년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때부터 1층에는 상품을 아예 진열하지 않고,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해 주목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특한 콘셉트를 보여 주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왔는데요, 하우스 도산은 가장 진화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이를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 미래의 유통이라고 말합니다.
하우스 도산에 젠틀몬스터와 함께 입점한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는 모두 젠틀몬스터의 모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누데이크입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는 이전에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움직이는(kinetic) 설치 작품, 오브제,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누데이크는 국내에선 처음 매장을 열었습니다.